5월 고때쯤이었던 것 같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이유리
한국 문학을 잘 읽지 않는 요즘인데 민음사 북클럽 덕분에 접하게 된 책이다. 남의 일기를 훔쳐보듯 후루룩 재미나게 읽었다.
필사
51P |
나는 언제든 성재를 만날 수 있고 성재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함께 몸을 씻은 뒤 잠을 청할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아마 죽을 때까지 평생. 그 사실을 되새기자 기쁘고 행복해서 마음 깊은 곳이 파들파들 떨렸다. 감이 내가 이런 걸 누려도 될까. 어느 날 누군가 나타나 착오였다고. 다른 누군가에게 갈 행운이 잘못 도달한 모양이라고 말하며 이것을 빼앗아 간대도 반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성재는 내 것이지, 성재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성재를 사랑하고 우리는 서로 이토록이나 사랑하지, 그런 것을 생각하며 나는 오래오래 성재를 끌어안고 있었다.
=> 한 달에 십 할 정도는 이런 감정 속에 사는 것 같다. 혼자 노래 들으며 멀리멀리 산책할 때, 키노코 테이코쿠의 파라노이드 퍼레이드를 한 시간 돌려 들을 때, 친구들을 만나 밤 늦게까지 이상한 얘기를 할 때, 오랜만에 본 사람들이 너무너무 반가울 때, 옛날에 만든 것들을 돌려 보며 회상할 때 등등 자꾸자꾸 벅차오를 때가 좋다. 그리곤 늘 생각만 하지 일기 쓸 걸…
솔직히 이 책을 보며 제일 와닿았던 건 편집자 레터이다. 그들이 유튜브로 인해 친숙해졌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해 두자. 감정이나 환경 정보가 많은 문장을 소화하는 게 어려운 나이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뭐랄까 편집자 레터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 배우님이 사건을 해석해 주는 느낌이다. 나에겐!
113P |
행복한 사랑을 할 때 사람은 미래를 상상합니다. 그것도 저절로, 아주 대책 없이요. … 상상을 넘어 미래를 기대하고, 계획하고, 더 나아가 그에 대한 믿음으로 삶의 많은 것을 결정 내리고야 말지요. 이유리의 소설은 바로 그 모든 기대와 믿음이 무너진 순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 미래가 꼭 현실적이지 않아도 좋다 나는 방향만 같으면 열심히 상상하고 좋아하고 즐거워서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하는 편
114P |
노래를 부르는 이유를 말해줍니다. ‘기분이 좋다’고요. 선자 씨는 노래를 부르는 그 습관 때문에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러나 ‘나’는 그 말에 왠지 모르게 위안을 얻습니다. 그 위안은 돈이 없어도, 미래가 불안해도, 심지어 미움을 받아도 기분 좋은 순간이 매일매일 있는 삶을 사람이 있다. 나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실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선자 씨처럼 살 채비를 수 년째 마쳐 보는데도 마쳐지지 않는 기분 ㅡㅡ 선자 101 구합니다.
115P |
목표를 향해 간다는 건 몇 초 건의 나를 끊임없이 뒤에 두고 오는 일, 그렇게 나는 과거와 다른 내가 되어 가는 것을 촘촘히 체감합니다.
=> 분명 감동해서 노트에 적어뒀을 텐데… 내 노트에 적힌 이 글귀를 타이핑하는 나는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 10시간 안에 4주차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