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전에 졸면서 읽었더니 새롭다. 주말에 이리저리 다니고 오니 더 와닿는 책. 아직 절반 남았지만 그래도 적을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필사
14P |
사랑의 시는 쓰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평범한 형태는 피하도록 하십시오. 그것들이야말로 가장 힘든 것입니다. 왜냐하면 훌륭하고 빛나는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숱하게 많은 형편에, 독자적인 것을 나타내자면 보다 힘차고 성숙한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즐겨 택하는 일반적인 주제는 피하고 당신 자신의 평범한 생활에서 얻는 주제를 택하십시오. 당신의 슬픔과 열망,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해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나 믿음을 묘사하십시오. 그러한 모든 것이 마음에서 울려 나오도록 은은하고 겸손하게 묘사하십시오. … 당신의 생활이 비록 빈약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을 탓하지 말고 평범한 생활이 갖는 풍요로움을 끌어낼 수 있는 시인이 못 되는 자신을 탓하십시오. … 설사 당신이 감옥에 갇혀서 바깥 세상의 소리조차 당신에게 전해지지 않는 경우라도, 당신에게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그 귀중하고도 풍요한 추억의 보물창고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십시오. 지나가 버린 아득한 과거에 가라앉은 감동을 다시 캐내 보려고 노력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개념은 더욱 굳어지고 고독은 넓어져서 어둠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음은 멀리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하여 변화된 안으로부터, 가라앉은 자기 세계로부터 시가 나오게 되면 당신은 그 시가 좋으냐고 누구에게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또한 잡지사에 보내 그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저 당신은 자기 작품 속에서 보물처럼 자랑스럽고도 자연스런 한 조각 생명의 목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 이 구절을 두 파트로 나누고 싶다. 주제에 대한 부분과 자기 확신에 대한 부분으로. 문득문득 떠오르는 주제나 행동들은 있어도 그것을 정말 구현하고 싶었던 적은 2년 전이 마지막이다. 그 사유로 난 늘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라고 얘기해 왔다. 자꾸 채워보려고 여행도 가 보고, 밖으로 쏘다녀도 그닥 나아지는 건 없었다. 이제야 왜 그랬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네. 다희님과 역삼역 횡단보도를 걸으며 놀림투로 해주셨던 왈, “수진 님 직장인의 애환으로 ~~ 노래 하나 만들면 대박 나겠다 ~”
오랜만에 혜 쌤을 만났고, 오순도순 새 음반의 믹싱 이야기를 들던 날이었다. 멋진 사람 앞에 서면 작아지는 나는 조언이나 새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돌아올 때 어렵진 않은지, 그리고 어떻게 하시냐고 물었다. 쌤은 단박에 “근데… 이건 내 노래니까. 흔들리지 않았어.” 라고 말했다.
23P |
당신 자신의 판단으로 독자적이고 조용하며 아무것도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발전하도록 놔두십시오. 그 발전은 모든 진보와 마찬가지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채찍질로 강요되어서는 안 됩니다. … 모든 인상과 감정의 싹이 자신의 마음속이나 어둠 속, 무의식 속 그리고 이성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불가사의 속에서 완성되도록 하고, 겸허한 마음과 끈기로 분명함이 새로이 태어날 시기를 기다리도록 하십시오. … 거기에는 시간을 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10년이란 세월은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 계산을 하지도, 햇수를 세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나무처럼 자라도록 하십시오.
=> 우짜지. 용기를 주면서도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78P |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 그 작품에 대해 감동시키는 솔직함과 순수성을 갖게 합니다. 무수한 형성들이 서로 연결되지 못해서 아직 구상에 불과할 대는 그것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구상은 많은 것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형상은 그와 다르며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 분은 한꺼번에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하나의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그들에게서 하나의 새로운 것이 자라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관계는 더욱 밀접해지고, 법치에 맞도록 되었던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관념에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사물들이 서로 저절로 맺어졌기 때문입니다. … 그 분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이 자라날수록 그 분에게 미치는 방해는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습니다. 그분을 에워싼 온갖 현실로부터 모든 소리가 차단됐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이 그 분을 보호했던 것입니다.
=> 여기서 릴케가 말하는 ‘그 분’은 로댕이다. 너어어어무 재밌다… 약간 겹지인을 만난 기분. 이 말을 하려던 것은 아니고… 내 자소서나 곡을 준비할 때가 생각이 난다. 맥락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엮을 때나, (아무리 더블 싱글이라도) 몇 없는 데모를 엮어 낼 때에도 조오오금은 그러했던 것 같다. 계속 이렇게 하면 된다는 말이겠지???
+) 그나저나 선생님 이왕이면 받으셨던 편지도 좀 풀어주지 그러셨어요. 중간에 상상하기 좀 어려운 사람들이란 말이에요.